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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세계급 」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귀엔 유치하게까지 들릴 것만 같은 이 단어는
당신과도 같은 사람들에겐 단 하나의 의미를 갖습니다.
당신이야 말로 ‘ 세계 최고 ’이며, 당신이 속한 업계에서 당신이야 말로 ‘ 정점 ’이며 명실상부한 ‘ NO.1 ’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당신이 가진 그 재능보다 특별하지 못하고,
당신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미죠!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편지를 받는 거죠. 수 백 년 전, 어쩌면 천 년도 더 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고 하는 Sir. 오스트리치에게 말입니다.
특이한가요? 희망 재단 같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공증된 단체도 아니고, 특수한 기관에서 엄격한 메뉴얼에
따라 가려낸 것도 아니고, 아주 특수한 연구를 통해 보통 사람을 초월한 재능이 개발된 신인류도 아닌, 일개 개인에게
편지를 받는 게 초세계급이 되는 방법이라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당연할 겁니다.
어쩌면 따지듯 물어볼 수도 있겠네요. 일개 개인의 편지가 어떻게 세상을 좌우하느냐? 말도 안되는 얘기죠.
네, 터무니없고 말고요. 그 터무니 없는 짓이 수 년, 수 십 년, 수 백 년 이어져 오지만 않았다면 말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시괴담이나 동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쯤으로
알아 들을 법한 존재가. 요즘 같은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 국적도, 이름도, 생김새도, 나이도 아는 사람이 하나 없는
수상한 부자.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매년 9월이 되면 대서양 어딘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일이 잘 풀리도록 돕는다는 수수께끼에 싸인 귀족.
두 세기 전 쯤, 그의 편지를 받은 한 인도의 젊은 건축가가 몇 달 만에 왕의 부름을 받고 그의 아내의 무덤을 조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아니면 길거리를 전전하던 한 거렁뱅이 음악가가 그의 편지를 받은 뒤 한 해가 지나기
전에 길거리에서 캐스팅 되어 음반 시장을 정복했다는 한 세기 전의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니더라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9월이 되면 매년 백악관 책상에 곱게 올라와 있는 편지 때문에 골머리를 썩힌다는 농담을 들어본
적은 있으실 거예요. 뛰어난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여받은 과학자가 '이제 곧 나에게도 편지가 날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는 수상소감을 말하고, 미심쩍은 메달을 딴 운동 선수가 아닌 은메달 리스트가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에
세상 사람들은 이러쿵 저러쿵 수군대며 입을 놀리죠.
살면서 단 한 번도 편지를 받아볼 수 없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오스트리치경과 편지를 이빨요정이나 산타클로스 쯤으로
생각하지만, 정상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그 전설.
그 전설의 편지가 당신의 우편함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발송지도 적혀있지 않고, 우표도 붙어있지 않은 채 어느새 도착해있다는 편지는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겉봉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시대를 잊어버린듯한 인주로된 봉인에 매끄러운 종이의 질감은 당신의 의심을 앗아가버렸죠.
조심스럽게 봉인을 듣고 편지를 열어보면, '친애하는…'으로 시작하는 상투적이고 고리타분한 내용이 쭉 이어집니다...